입, 음양(陰陽)이 마주하며
새로운 세상을 여는 성소(聖所)
사람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 살아가는 존재다. 우리들 인체의 중심부에는 이 기운들을 운용하는 특별한 통로가 있으니, 바로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다.
몸의 전면을 흐르며 음식물과 진액 등 땅의 기운을 통솔하는 것이 임맥이라 한다면, 등 뒤 척추를 타고 올라와 호흡과 신성한 하늘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은 독맥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두 경맥이 ‘입’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맥은 하복부 단전의 뿌리인 회음에서 시작해 아랫입술 밑 승장(承漿)으로 이어지고, 독맥은 척추와 머리를 지나 윗입술 안쪽 인중(人中)과 은교로 이어진다. 즉, 입은 인체의 음과 양이 서로 만나 작용하며 만물을 생동케 하는 생명적 연금술이 일어나는 성스러운 곳(성소)과 같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
이러한 입의 역할은 영성적인 차원에서도 소중하게 다루어진다. 성서의 구절은 육체적 자양분인 지기(地氣)뿐만 아니라 영적인 자양분인 천기(天氣)가 입을 통해 들어와 완성됨을 시사한다. 또한 입을 통해 나가는 ‘말’이 단순한 음성 파동을 넘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에너지의 원천임을 암시한다.
입을 통한 기운의 분출은 개인을 넘어 민족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3.1절 특집 리포트에서 본 ‘대한독립 만세’의 외침이나, 2002년 월드컵 당시의 함성은 민족의 잠재된 저력이 입을 통해 표출되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입을 통해 응집된 마음의 표출은 역사를 움직이는 거대한 파동이 된다.
바르게 생각하고(正思), 바르게 말하며(正語), 바르게 행동하는(正業) 등 삶의 기초가 바로 이 입의 통제에서 비롯된다. 입을 통해 음양을 조화시키고 바른 말을 내뱉는 수행은, 우리를 하늘을 닮은 존재로 점차 완성해 나가는 길이다.